2008년 10월 31일
고려대학교 성우동아리 OnVoicing 3차 공연
같은 과에 아는 후배 한명이 성우동아리에서 공연을 한다길래, 시험도 끝났으니 시간도 널널하겠다 하고 공연을 보러갔었다. 418 기념관 지하 2층 대강당에서 공연을 했었는데, 대강당이라고는 이름 붙여진 곳이지만, 이름따나 그렇게 큰 장소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관객은 예상외로인지 아니면 예상대로인지 너무 적었다. 동아리 사람들하고 관객하고 머릿수가 비슷한 정도? 중앙동아리가 아니라서 그런지 동아리의 존재 자체를 아는 사람도 많을 것 같지 않고, (실제로 그 후배가 알려주기 전까지는 나도 몰랐었다.) 전단지를 학교 곳곳에 많이 붙여놨지만 그런 공연 자체를 관람하러 가기도 껄끄러운 사람들도 있었을지 모르겠다.
이번 공연에서는 다음과 같은 애니메이션을 연기를 했다.
오란고교 호스트부
나츠메우인장
풀메탈패닉 후못후
XXX Holic
엽기인걸 스나코
나츠메우인장빼고는 다 알고 있는 애니.
오란고교하고 풀메탈패닉, 그리고 XXX Holic 같은 경우는 원작하고 애니 다 봤고, 엽기인걸 스나코는 애니는 못봤지만 원작만화를 봤으므로, 내 관심사는 얼마나 원작하고 비슷한가에만 쏠릴 수 밖에 없었다.
후배한테나 성우 동아리 사람들에게는 정말 미안한 소리임에는 분명하지만, 사실 공연 시작전에는 기대를 하지도 않았었다. 위에서 언급한 관심사에만 집중하고 있었고, 결국에는 '아마추어들의 공연이니 다 이해한다만 제발 민망한 기분만은 안들게끔 해다오.' 라는 해버려서는 안될 생각마저도 하고 말아버렸다. 그런 상태에서 공연 시작.
공연을 관람했던것이 정말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집에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도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고등학교때 연극 동아리에서 처음으로 무대에 섰을때 이후, 이런 기분을 4년만에 느낀것 같았다.
그리고 정말로 그들에게 미안해진다.
그들의 노력과 실력을 무시했던 생각을 해버린 것과,
성우도 연기하는 것에서는 배우들과 다른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아직까지 몰랐던 내게.
연극 동아리를 한적이 있어서였는지, 대학때문에 서울에 올라와서는 연극을 보러 대학로에 자주 가게 된다.
대학로에서 같은 공연을 여러번 본적도 꽤 있는데(여자친구하고나 아니면 연극 커뮤니티 카페의 정기모임 등등), 같은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가 다른 경우도 있었다. 전에 봤던 배우와 그 후에 봤던 배우를 비교하면 어색한 기분이 드는건 연극을 볼때도 마찬가지다. 목소리도 틀리고 캐릭터를 표현하는 모습도 틀리다. 그러나 연극을 비교하기 위해서 보는건 절대 아니지 않은가, 배우에게 집중해서 보는건 얼마나 그 배역에 잘 녹아들어가 있는가 뿐이다. 난 항상 연극을 그렇게 보아왔다. 그런데 오늘 공연은 그렇게 보지 않으려고 했다.
투니버스나 챔프 같은 애니채널들에서 방영되고 있는 애니의 반응을 보면 원작보다 못할거면 그냥 자막이나 붙이라는 소리를 자주 볼수가 있다. 근데, 국내의 애니채널의 대상은 원작애니를 미리본 매니아들이 아니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주 대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것이다. 물론 애니의 방영에는 매니아들의 입김이 들어가긴 하긴하나 매니아들은 거기서 멈춰야 한다. 성우의 연기를 원작과 다르기 때문에 어색하다고 까는 것은, 되먹지도 않은 비난이다. 성우도 배우와 마찬가지로 얼마나 캐릭터 그리고 이야기에 잘 녹아들었는가를 가지고 평가를 해야지. 그들과 내가 느끼는 어색함이란 원작을 미리 봐서 생긴 거짓된 어색함이다. 연기가 발로 하는 듯한 연기라서 생기는 어색함이 아니라.
그렇게 보자니, 성우가 배우보다 훨씬 힘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연극을 하면서 제일 힘들다고 느꼈던 것은 절제된 연기와 내면과 상반되는 모습을 겉으로 드러내는 연기였다. 성우는 매 연기마다 내가 힘들다고 느낀 이 두가지 연기들을 해야 하지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말이 되는 소리인지는 모르겠는데, 오늘과 같이 무대에 나와서 공연을 할 때에는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기 때문에, 목소리만이 울려퍼져야 하는 상황인데, 크게 소리 지르면서 분위기를 올리는 것도, 오직 목만이 허용될뿐 몸은 그대로. 연극 경험자인 내가 그걸 했으면 온 몸이 쑤셔서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오늘 공연에서 예를 든다면 풀 메탈 패닉 후못후-럭비부 에피소드에서 소스케가 럭비부를 훈련시키는 장면에서 나같았으면 다른 배우를 후려 갈겼을 듯한 느낌이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니까 프로 성우는 물론 오늘 공연한 그들마저도 진짜 대단하게 느껴진다.
잡설이 길었는데, 그래서 오늘 공연이 어땠나면 말이다.
오란고교 호스트부, 풀메탈패닉 후못후, XXX Holic 같은 경우에는 미리 봤었기 때문에 비교를 하고 싶지 않아도 어쩔수 없이 비교가 되기 때문에 평가를 하면 안될것 같다. 단지 목소리가 일본 방영이나 한국 방영분 하고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목소리도 있었고, 그렇진 않지만, 캐릭터 분위기에 딱 맞는 목소리가 있었다. 정도? 짧게 평한다면 풀메탈패닉이 제일 재밌었음. 에피소드도 센스있게, 재미면에서는 최고라고 할 수 있는 럭비부 에피소드 였으니까 말이다. 단지 출연진이 많아서 제대로 소화하기는 힘들지 않았을까 했는데, 괜찮게 잘 해낸듯.
엽기인걸 스나코는, 후배가 주인공 스나코 역할을 맡았는데, 원작을 만화책만 보고 애니를 보지 않아서인지, 내가 만화책으로 생각했었던 스나코의 분위기하고 조금은 안 어울리다고 해야되려나 싶긴 했다. XXX Holic에서의 히마와리를 맡았을때는 상당히 괜찮았는데 그 톤을 비슷하게 스나코에게 끌고간 느낌이 있긴 한다만, 이건 원작 애니를 못봐서 그런지 잘 모르겠다. 원작애니를 틀림없이 봤겠고, 그 목소리에 맞춰서 연습을 햇을 수도 있으니까.
나츠메우인장은 오늘 처음 들어본 애니라서 위에서 이야기했던 매니아의 편견, 착각 다 제외하고 볼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제일 느낌이 좋았었다. 감동적인 이야기와 그에 어울리는 목소리 연기. 연기의 어색함이 간간히 보이긴 해도, 제일 감명깊게 봤다고 할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본다면 연기 자체는 최고, 단지 음향에서 튀는 소리 들리는거는 귀에 좀 많이 거슬렸다.
아무튼 그들 덕분에 오래간만에 가슴 뛰는 경험을 해본 듯 하다. 직접 내가 공연하는 것이 아니었음에도 말이다. 그렇기에 왠지 나도 새롭게 도전을 해보고 싶은 느낌이든다. 내년이면 4학년이니 너무 늦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하지 않게 된다면 나 자신에게 너무 실망할 것 같고, 아쉬워할 것임에는 분명하기 때문에. 이렇게 내 가슴을 움직이게 만든 그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그리고 OnVoicing 화이팅! 내년에는 중앙동아리가 꼭 되길 바라마지 않겠다.
# by | 2008/10/31 00:32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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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 중에 군인은 졸 빡세 (.........)